옛날 옛적, 모든 게 대충대충 흘러가던 세상이 있었다.
사람들은 "오늘 약속?" "아 몰라, 느낌 오는 대로~" 하면서 살았고, 규칙은 존재했지만 아무도 안 지켰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산 어딘가에서 한 존재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이름은 ISTJ. 일명 "논리주의자", 별명은 "의무수행 머신".

그는 세상에 발을 디디자마자 노트를 꺼냈다.
"목표 설정 ✅ 세부 계획 수립 ✅ 디데이 관리 ✅ 규칙 준수 확인 ✅"
아직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이미 스케줄을 짰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감정? 그건 데이터로 측정 가능한가?"
"즉흥적인 결정? 아니, 프로세스부터 짜야지."

ISTJ는 어디서든 회계사, 군인, 데이터 분석가처럼 행동했다.
물건은 제자리에, 일정은 칼같이, 대화는 군더더기 없이.
심지어 친구들과 약속할 때도 "3분 24초 지각은 변명 불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갑자기 "야 오늘 약속 취소ㅋㅋ 나 제주도 감!" 이라는 친구의 톡을 받았을 때,
ISTJ는 핏줄이 3개 터지는 걸 느꼈다.
"계획을... 망쳤다고...?"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괜찮아. 새로운 스케줄을 짜면 된다. 구조화, 시스템화, 최적화..."
혼자서 침착하게 다시 일정을 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등장한 ENFP 친구가 말했다.
"야, 오늘은 그냥 느낌대로 해보자~! 규칙 같은 건 깨야 재밌지 않아?"
ISTJ의 두 눈은 흔들렸다. 그는 갈등했다.
'느낌대로...? 규칙을... 깨라고...?'

한참 고민한 끝에 ISTJ는 엑셀 파일을 꺼냈다.
"좋아. 무계획적인 활동에 대한 위험도 분석 시트를 작성하자."
(결론: 여전히 규칙을 깰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TJ는 소중한 존재였다.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 그를 부르면 3초 만에 복구 플랜을 내놨고,
모두가 감정에 휩쓸릴 때 그는 **"팩트 체크 먼저"**를 외쳤다.
팀이 혼란에 빠질 때, 그는 조용히 체크리스트를 꺼냈고,
가끔은 사람들이 "야 ISTJ, 너 없으면 우리 다 망해"라고 말했다. (진심 100%)

그는 변화를 싫어했지만, 조금씩 노력했다.
"음... 오늘은 체크리스트를 두 장만 쓰자..."
"즉흥 여행...? 일단 보험 가입부터 하고 가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세상을 더 부드럽게 살아가려 노력했다.

끝내 ISTJ는 깨달았다.
"모든 걸 완벽하게 계획할 순 없어도, 중요한 건 책임지고 끝까지 해내는 거야."
그는 조용히 노트를 덮고, 오늘도 묵묵히 할 일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세상은, 그런 그 덕분에 조금 더 단단해졌다.

- The End -